제2의 인생을 출판사로 생각하는 분에게 - 곽철용 명언

1인출판 책공장카페를 16년간 운영하면서

내가 달건이 생활을 열일곱에 시작했다.

그 나이 때 달건이 시작한 놈이 백 명이라 치면은 지금 나만큼 사는 놈은 나 혼자 뿐이야.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잘난 놈 제치고 못난 놈 보내고.

안경잽이같이 배신하는 새끼들 다 죽였다.

타짜 - 곽철용

제가 네이버 꿈꾸는 책공장 운영자를 십육 년째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1인출판 도전자들은 출판사를 하고 키워나가고 다시 쪼그라들고 사라졌어요.

은퇴하거나 50부터 제2의 인생을 출판사로 해보려는 분도 많습니다. 1인출판사 또는 독립출판, 자비출판, POD 등등 출판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경험담 또는 자신 기준의 다양한 책을 만들어 보려는 분들이 많고 최근에 좋은 서비스들이 많이 있어서 진입장벽이 점점 낮아지리라 생각됩니다.

텀블벅과 같은 크라우드펀딩을 기반으로 자신이 만드는 책이나 상품에 대해 후원자를 모으는 방식을 취하는 저자 겸 출판사를 창업하는 분들은 실패해도 제작비용이 들지 않으니 기존 출판사에 비해 목업 하나 정도 책을 만들어서 사진 찍고 초기 투자비용을 낮춰 저렴하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브런치, SNS, 유튜브, 게시판, 블로그 등등 다양한 미디어를 직접 운용하고 자신의 취향을 책으로 만들고 그 과정을 공유해서 팬을 만들어가는 여정을 몇 년간 쌓아갑니다.

구매자를 모으고 시작하는 요즘 출판의 형태와 오로지 그런 방법밖에 없어서 성공하던 시절도 이미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유는 플랫폼도 돈을 벌어야 하고 광고비용, 노출비용도 전부 광고패키지로 팔고 수수료도 점점 늘어나게 되어 수익률이 줄어들게 됩니다.

혹시 내가 대기업이나 공무원 특히 오랫동안 경험을 통해 인맥도 있고 강의도 할 수 있는 분이라면 책을 교재로 해서 강의교재로 팔면 1년에 1000권 이상 팔 수 있겠다. 싶은 분들도 출판을 합니다. 당연히 대중서가 아니기 때문에 완성도가 낮아도 판매됩니다. 학원의 교재도 그렇고 구매자가 확실히 있는 분야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중서는 전혀 다릅니다.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사는 것이라 사업으로서 출판을 하려는 분들 중에 은퇴를 하거나 제2의 인생을 출판으로 선택한 분들이 출판사에서 근무하다 나와도 영업자 출신이 아닌 경우에 출판으로 성공한 사람은 보기 힘듭니다. 책 쓰기 책이나 책 만드는 책 강의를 해서 먹고사는 것 이외에는

외서를 하거나 기존 작가와 함께 나와 출판사를 차리기 전에는 돈 버리고 사회사업하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은 작가가 이전에 유명한 책을 냈어도 다른 작업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어렵습니다.

자기 계발 어쭙잖은 사기책이 팔리는 이유는 누군가가 사기 때문이며 팔아서 돈 벌려면 자전거래를 시스템화한 업자들이 많습니다. 저작권 무시에 대규모 광고를 하고 강의를 팔고 그 사람들에게 책을 구매하게 하는 유사 다단계를 구현합니다.

어두운 이야기는 일단 다른 편에서 하기로 하고 출판을 창업으로 생각한다면 일단 팬을 만들거나 팬이 있는 사람들의 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출판사는 DB가 없고 만들기도 힘듭니다. 남에게 계속 광고비를 줘서 DB를 사용합니다.

출판사 카페나 운영사이트에 10만 명이 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치킨집이건 프랜차이즈건 장사를 시작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몇 년 뒤에 원금까지 까먹고 실패하고 실패를 인정하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이에 운 좋아서 경쟁자가 사라지면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만 큰 성공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것을 가지고 팬을 이끌어낸 업소가 남는 것처럼 제2의 인생으로 책 한 권 내고 강의하고 사업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도 치열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전자책 매출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늘어났다고 하고 전자교과서를 태블릿 들고 수업하고 웅진, 대교, 천재 교육도 디지털로 전환해서 학습서를 앱으로 제공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실제 전자책이 그렇게 팔리지는 않습니다. 웹툰, 웹소설 같은 시장이 늘어난 것이지 전자책 자체가 커진 것은 아닙니다.

세상이 바뀐 것을 인정하지 않고 문화사업? 같은 낭만적인 생각을 한다면 적자가 쌓이면 알게 됩니다. 창업 때 항상 하던 이야기는 매출이 안 나는데 잠이 오냐?라는 것이었고 여전히 변함없습니다.

각자의 무기를 갈고닦고 배우고 써먹어야 하며 백종원이 레시피를 다 공개해도 대부분 안 합니다. 세상은 그런 거니까 오늘도 공개합니다.

책 한 권이 벤처라고 한 이유도 책을 만드는 본인만 치열하게 살고 책의 완성도를 높이면 되는 줄 알지만 치열함에 매력자본이라는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책을 알리는 방법을 계속 발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2의 인생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냥 하던 삶에 방향을 오락가락하는 것뿐이고 골드러시 때 청바지를 파는 사람들만 살아남은 것처럼 출판시장에는 여전히 새로운 책이 쏟아지고 매년 불황이라는 시장 속에서도 누군가는 성공을 해서 건물을 세우고 상장을 하기도 합니다.

내가 가진 것을 잘 알고 모자란 부분은 협력사를 통해 얻어내야 합니다. 어떤 책을 꾸준히 출간할 지속가능성이 있는지도 판단해서 방향성을 만들고 전문출판사로 포지션을 잡아야 가능합니다. 출판은 여전히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에도 1-2억 모으는 출판사들도 펀딩 위주로 출간하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꼭 누구와 경쟁해서 죽이고 하지 않더라도 꽃 피우자마자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시장입니다. 스테디셀러가 별로 없고 인구구조로 보면 늘 책보던 어르신들만 종이책을 봅니다.

이제 책은 굿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적게 팔고 많은 이익을 얻으려면 비싼 책이나 선물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큽니다. 현실을 아시면 많이 충격받으시겠지만 원래 백조도 수면아래 발은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책 한 권 만들기 말고 파는 진짜 능력을 먼저 키운 다음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판을 만들었던 것도 곽철용인데 고니가 다 망칠 수 있거든요

책 한 권 낼 때는 그래도 주변에서 사주지만 그게 업이 되면 아무도 관심 없어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사람의 경험은 내 경험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오로지 생각과 실천을 해야 합니다. 내가 가진 것을 최대한 이용해서 맨바닥까지 보일 때까지 생각하고 쪽팔린 최악의 수를 먼저 실행해서 한 권의 책을 성공시키세요~ 그러면 다음이 보입니다.

난 진정성있는 작가가 좋다. 이정도는 해줘야… 이 사진 보고 외서 판권 에이전시에 보냈음